이젠 당신을 지우려 합니다 (시낭송)

고재근

당신의 뒷 모습만 외롭게 간직한 채
애증의 긴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소중히 간직한 기다림만 남았습니다
당신의 얼굴마저 잊혀져 갑니다
당신이 훌쩍 떠난 빈둥지를 바라보며
수많은 허무와 쓸쓸함을 안고서
갈대처럼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홀로 살아가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떠나가던 강기슭을 떠올리며
미움과 증오심에 온몸을 떨었지만
그 아픔마저 이젠 사랑으로 남아서
얼어붙은 가슴속을 녹여 주고 있습니다
당신이 남기고간 사랑만이 있을뿐
미움이나 쓴물조차 말라버렸습니다
참으로 서글픈 아픈 사랑이었지만
눈물나는 따뜻한 사랑이었습니다
나마저 당신곁을 떠나야만 하기에
기다림에 가슴문을 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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