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몰락 part-1

비트겐슈타인
작사 : 신해철
작곡 : 신해철

싸움에 지고 꼬랑지를 내린 녀석의 구슬픈 낑낑 소리는 사실 언제라도 당신의 것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건 뭐 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공평한 종류의 게임은 아니다
도전하지 않을 수록 안전하며 눈에 띄지 않을 수록 오래 버티지만 그 결과는 초라하다
무모함 객기 이런 것들 마저 상실한 채 찌꺼기를 줍는 녀석들 거세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먹을 것을 찾아 배를 채우고 암컷을 차지해 번식을 해야하는 그 숙명 뒤에도 싸움은 끝없이 이어지며
그 뒤엔 노쇠와 몰락이 찾아온다

수컷수컷수컷들 수컷수컷수컷들 여행은 끝이 없구나 먹을 것과 암컷을 찾아

수컷들이란 절반의 허세 그리고 절반의 컴플렉스로 이루어져 있다
배를 잔뜩 부풀린 복어의 낯짝이 사실은 새파랗게 겁에 질려있는 것처럼
웃기는 건 섹스할 때도 무능력해 보일까봐 초조해하는 의외의 소심함이지만
웃기지도 않은 건 그러구 난 뒤에 허탈해하고 고독해하는 의외의 예민함이다
그러니 허세의 대가란 게 꽤나 비싸다 약한 척도 안되고 변명도 안되고 남자답게 사내답게라는 그 말 안에 스스로 고립된다

수컷수컷수컷들 수컷수컷수컷들 여행은 끝이 없구나 먹을 것과 암컷을 찾아

대통령이야 과학자야 하던 꿈들은 의외로 빨리 사그러진다
그 빈자리에 밤마다 술을 들이 붓고 나이 사십에 간암으로 갈 때까지 마누라와 새끼들을 위해 일하고 일하고 일한다
어디가서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흐느껴 울 데도 없는 게 수컷들의 불쌍함이긴 하지만
솔직히 수컷들 청승떠는 소리만큼 듣기 싫은 소리도 없다
한밤중의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교회 십자가와 수컷들이 꿈속에서 남몰래 내지르는 신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수컷수컷수컷들 수컷수컷수컷들 여행은 끝이 없구나 먹을 것과 암컷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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