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도 않네요

장희영
혼자 잔을 채워보네요
나 정말 주책이죠
다들 날 쳐다봐요
잠깐 친구들이 늦나 봐요
애꿎은 전화기만
괜히 또 만져대죠

바래다주던 집 앞
그 가게죠
변한 건 없는데
딱 그대만 없네요

속이 쓰릴 만큼 마셔도
취하지도 않네요
그댈 잊을 만큼 마셔도
자꾸 보고 싶네요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아
마치 그대 앞에 있는 것 같아

옆에 소란스런 저 연인들
우리도 그랬는데
뭘 해도 참 좋았는데

문소리마다 내 맘이 떨리죠
혹시 그댈까봐 날 찾아와줄까봐

속이 쓰릴 만큼 마셔도
취하지도 않네요
그댈 잊을 만큼 마셔도
자꾸 보고 싶네요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아
마치 그대 앞에 있는 것 같아

이 밤이 가기 전에

돌아와 돌아와 꼭 돌아와
오늘 밤엔 그대 올 것만 같아

이젠 마지막 잔을 채워요
이 잔을 비워내면
그대도 비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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