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 (Feat. Sleeq)

제리케이
HOOK
향불 대신에 안테나를 최대한 많이 띄워 놓고
국화꽃 대신에, 아이콘들을 화면 위에 수놓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x2)

VERSE 1_JERRY.K
우린 서로를 확인 해, 몇 시간씩 속 깊은 대화로
하지만 볼을 맞대고 있던 건,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
그러고서 다음날 만나면 카페에 마주 앉아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기다렸다는 듯 또 액정화면
그녀는 자꾸 손을 쭉 뻗고 30도 위의
화면 안에 자기 얼굴에 반한 듯 계속해 웃고 있네
오, 그래, Insta에 셀카 하나 없는 앤 별로이긴 해
하지만 셀카 밖에 없는 애는 쪼끔 소름 끼치네
그 남자는 단체 채팅방을 순회하고
Twitter의 재잘거림과 facebook feed의 얼굴에 좋아요
엄지를 남발, 오늘 대충 100 thumbs up
초록 창에도 들어가 누가 또 벗어서 떴어
커피가 줄고, 배터리도 줄고
잠깐 눈을 들어 얘가 뭐하나 예의상 묻고
다시 목소릴 묻고, 조용히 고개 숙여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화를 추모하며 묵념

REPEAT HOOK

VERSE 2_SLEEQ
너는 그가 새로 산 운동화의 가격에 놀라워해
또 그녀의 brunch, hashtag엔 배가 고파지네
그저 누군가가 좋아한다고 니 앞까지 온 사진과 동영상
불과 몇 초 전까지 몰랐던 것들 쉽게도 좋아지네
못 봤던 개그프로 highlight 웹툰 다음화
예쁜 아가들과 닭살 돋는 커플사진 밑에 달린 댓글에 배 아파하다
네 지구 위에 빨간 불이 반짝이면
그제서야 색깔 없던 너의 눈동자가 처음 빛났어
혹시 `관심`이라는 동물을 알아? 지금은 멸종 위기
`대화`라는 놈도 이제는 말야 사파리에서만 볼 수 있지
검은 화면 위에 번쩍거리면서 보여주는 빛에
다 눈이 멀어 고개 너머 보이는 것들엔 검은 그림자를 한껏 드리지
What a worst behavior we ever had huh
도대체 그게 뭔데 어?
왜 셀 수 없는 것들에다가 숫자를 붙이고 세려 해 어?
뜨겁다 믿었던 체온 위로 성호를 긋고
우리 둘 사이 사라진 대활 추모하며 묵념

REPEAT HOOK

VERSE 3_JERRY.K
눈빛을 느끼는 것
입 꼬릴 살피는 것
가늘게 떨리는 눈꺼풀을 발견하는 것
그게 때론 더 많은 이야길 하고 있다는 걸
까먹은 지 너무도 오래됐어
우린 덜 중요한 걸 더 보게 됐어
우리가 얻게 됐던 속도감과
늘 연결돼 있고 늘 소통한다는 말 따윈 갖다 버리고 그 손 좀 잡아
배터리 때매 뜨거워진 폰 말고
365일 36.5도인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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