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져

서사무엘
어딜 봐 눈을 떠  어딜 봐 눈을 떠
어딜 가 여길 봐  어딜 가 여길 봐

저기 신호등 불 바뀌었어  저기 남녀 둘 눈 맞았어
어딜 봐 우리 아이  10년 뒤엔 다 컸을테니까
그땐 우리 다시 잡을 수 있을까?  잠깐 놨던 손을
그땐 우리 사이 다시 어려질까?  다시 어렸던 그때로

돌아 돌아 돌아 돌아 돌아가
세월아 네월아 살던 때가 그립다
돌고 돌아서 돌아 돌아 돌아가
세월아 네월아 살던 때가 그립다

세월에 점점 흐려져도 내가 기억할게
어딜 봐 눈을 떠 어딜 봐 눈을 떠
네 손 위에 주름이 늘어가도 잡아줄게
어딜 가 여길 봐 어딜 가 여길 봐

저기 네 얼굴 참 곱다
그땐 우리 손도 못 잡았다
기억나니?
우리 같이 밤 새던 게 어제 일 같은데
그땐 우리가 이렇게 변했을걸
알고 있었을까?  그땐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까?
불안히 걸었는데

돌아 돌아 돌아 돌아 돌아가
세월아 네월아 살던 때로 간다면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났었을까?
그 때에도 우린 사랑했을까?

아직 먼 길을 걸어가야 할 청년의 나이인데
흐려진 과거에 잡혀 꼬인 내 발의 인대
삶은 숨 가빠 남긴 사진들에 빈대 붙어 추억을 안주로 삼아
사는 인생이기에 마냥 꼰대 같은 사람들을 봐도
이젠 슬며시 반항의 끈을 놓게 되는 내 미래 과거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온 연어만치 단련된 연륜은 과거마저 흐려놓기에
충분해 우리도 언젠가는 그리 변해 익숙한 현재가 기억에
뿌려놓은 잔해는 꼭 흩어지네 시간이란 꽃가루에 흐려지기
전에 간직하길 바래 지나친 실루엣

돌아 돌아 돌아 돌아 돌아가
세월아 네월아 살던 때가 그립다
돌고 돌아서 돌아 돌아 돌아가
세월아 네월아 살던 때가 그립다

세월에 점점 흐려져도 내가 기억할게
어딜 봐 눈을 떠 어딜 봐 눈을 떠
네 손위에 주름이 늘어가도 잡아줄게
어딜 가 여길 봐 어딜 가 여길 봐

어딜 봐 눈을 떠
어딜 봐 눈을 떠  어딜 가 여길 봐
어딜 가 여길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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