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투성이

권기호
아직 덜 뜬 눈으로 잠에서 깨어
긴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해
어제 입었던 셔츠 매일 똑같은 버스
요즘 난 이래 별일 없이 살아
너도 별일 없겠지 잘해왔잖아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잖아
시시콜콜한 얘기도
잘 받아줬었잖아
부쩍 니가 너무 그리워

가끔 너도 내 생각에 이러니
조금씩 흔들려보곤 하니
같은 하루의 반복이었어도 괜찮아
우린 항상 실수투성이잖아

가끔 영화를 보면 우리 이야기 같아
속으로 울고 웃어보기도 해
참 신기한 일인 것 같아
너만 없을 뿐인데
왜 이렇게 내 하룬 더디니

가끔 너도 우리 추억을 먹고 사니
조금씩 그리워하곤 하니
다른 하루가 시작됐더라도 이해해
우린 항상 실수투성이잖아

자주 가던 술집에 우리 둘이 보여
가득 찬 술잔에 비치는
우리 사랑이 보여

이제 우리 그냥 다시 해보자
지겨운 다툼은 그만하자
같은 아픔의 연속이었어도 사랑해
우린 항상 실수투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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