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어 눈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그 말은 내가 하나부터 열을 세면
넷에서 일곱까진 못 알아듣는다는 거야
그 말은 내가 빛이 드는 뒤에
그림자를 가리켜도
서울 아름다움 밑에 썩어가는 지하도로
검은 바퀴벌레와 나쁜 놈의
컨테이너박스 속 안
들춰도 안 보인다는 거야
안 보인다는 거야 보고픈 것들이 아니면 가리고
그 사이로 통과하지 아니하면 그냥 저 밖에
아무것도 아닌 조각들 지나가기만 바쁘고
안 보인다는 거야 자극적이지 않은 모든 것들은
속옷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니 그 어떤 일들이 일어나도 그 안을 뜨끈하게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냐
벌어진 손가락으로 만드는 단두대가
잘라 먹어 가는 건 누군가의 동맥이라고
누군가의 몸에 사슬을 걸어 소리 나게 하고
소리 나는 곳에 손가락질하고
소문나는 곳에 돌을 던져
그 앞에 피가 나는 손목아래까지 가리고
쳐다보고 있다고 여기 반은
그들은 내 목소릴 듣고 있어 귀를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그 말은 내가 빨주노초파남보라 하면
빨과 보 말곤 듣지도 않는다는 거야
그 말은 일곱 색깔 대신
여섯 색깔 무지개를 가리키면
색깔 하나만큼 보다 하등하다 난리 치며
날이 지고 밤이 새도록
빠진 색깔 하날 어떻게든
우겨 넣으려 애쓴다는 거야
안 들린다는 거야 듣고픈 것들이 아니면
누가 왕이고 누가 노예인지
인지하기 직전까진 1~2%의
뇌도 안 굴린다는 거야
너무 적극적인 소극성
하지만 위아래가 정해지면
너도 나도 너무나도 적극적인 접근전 치를 준비
늘 완료 돼있으니 어깨 근육이 늘 뭉쳐
그 꼭대기엔 알파벳에 한두 줄을
그어 놓은 차림새의 신이
원이나 달러라는 이름으로 자리 해 있고
광신자들은 두려움에 스스로 입을 가리네
돈 되는 말이야말로 도덕적인 말이고
돈 안 되는 건 부도덕하다고
이 철저한 위계를 위해
우린 미개해지는 거야 21세기에
그들은 많은 말을 하고 있어 입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그 말은 곧 두 눈과 귀를 닫는 것과 없지 다를 것
보고들은 것의 반응도 혹은 발음도
전부 다 묻어
그게 끝난 후 넌 옆 사람의 입을 막을 걸
너가 두려운 건 생각을 담은 것
그 옆 사람은 옆 사람의 입을 막을 걸
그 모든 옆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수많은 팔들로
짜여진 거미줄들이 끊어질까 하는 거
스스로가 먹잇감일 거란
생각은 못한 채 거미가 되는 꿈을 다들 꿔
뭐 망상은 자윤 걸, 그 헛소리? '응 안 들어'
'응 안 들어'
그들은 침묵의 시종이 돼 수발을 들어
불만을 토하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해야 두발을 뻗지
그런 부류를 위한 장소 하나 있어
관 속에 가 있어
몸 사이즈에 딱인 관 뚜껑에
못 박히고 나면 땅속에서는
아무것도 안 들려
아무것도 안 보여
아무것도 말들도
아무것도 안 들려
아무것도 안 보여
아무것도 말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