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

가론, 진준왕
이 밤에
라디오를 켜 내 방안이
나만의 우주가 되기 위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차갑던 새벽
온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이 밤에
라디오를 켜 혼자 텅빈
거리에서 떠돌기 싫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홀로
떠들어대는 티비가 질려서
까먹지 않았어 기억나
물론 다 속속들이는 아니고
초등학생 어린 밤
날 재워주는
두 가지의 방법 중 하나
해리포터 책 아니면 라디오가
날 포근히 감싸 안았지
그 향기가 켜켜이
내 귀에 눌러붙어서
주파수를 천천히
돌리고는 했었지
고사리 같은 검지 끝에서부터
피아노 아니면
장롱쯤으로 잡아야
잘 나오는 안테나라던가
재밌던 사연 하나 찾아내서
녹음하고서 또 했던
다 늘어난 테이프
잠을 청한 채
누웠다가도 일어나게
만들던 곡까지
모두 잊지 못해
차갑던 새벽 시간을
온기로 채워줬으니
내 어둡던 방을
어둠은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네
외려 눈 감지 않고 데려갔지
나의 우주에
이 밤에
라디오를 켜 내 방안이
나만의 우주가 되기 위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차갑던 새벽
온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이 밤에
라디오를 켜 혼자 텅빈
거리에서 떠돌기 싫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홀로 떠들어대는
티비가 질려서
혼자 남은 밤
혼자 뿐인 밤
일이 끝나면 텅 빈 새벽길이
나의 하루를
위로해 주던가
아니면 진짜 나뿐야
통화목록엔 죄다 발신 맞아
누가 혼자뿐인 퇴근길
말동무 해줄래
그래 답장은 없지
그저 시시콜콜한 얘기하는
새벽 라디오 틀고
공원 의자 앉아서
주파수 따라
그저 흐를 뿐야
꿈 따라가는 게 죄인인가
왜 쉬지도 못하고 난
일주일에 팔일 사는 듯 달릴까
때마침 짜놓기라도
한 듯 뻔하지만
위로하는 DJ 멘트
Fuckin I mean
꼭 나락 앞에서들 손을 뻗지
통화대신 에
누르는 주파수
혼자들의 밤
오늘도 듣고 가
고마워 나 같은 사람들
이 밤에
라디오를 켜 내 방안이
나만의 우주가 되기 위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차갑던 새벽
온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이 밤에
라디오를 켜 혼자 텅빈
거리에서 떠돌기 싫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홀로
떠들어대는 티비가 질려서
아홉 살 진준현은
방에 라디오를 켜
주파수를 맞추고 눕지
편히 자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내 방이
무섭지 않기 위해서
라디오를 켜
나 혼자 있기 싫어서
퇴근한 새벽길은
내게 라디오를 불러
조용한 목소리가
조용한 귀에 울리면
혼자 남은 밤이
혼자들의 밤이 되고
볼륨 더 키워
발자국 소리들 보다 더
이 밤에
라디오를 켜 내 방안이
나만의 우주가 되기 위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차갑던 새벽
온기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
이 밤에
라디오를 켜 혼자 텅빈
거리에서 떠돌기 싫어서
새벽에
라디오를 켜 홀로
떠들어대는 티비가 질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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