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인격자

신해철
어둠 속을 도망치는
상처 입은 들짐승의 눈빛처럼
세상 사람 모두에게서 나를 지키려
부드러운 웃음 속에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어 두고서
때와 장소 계산하면서 나를 바꾸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지만
그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이중인격자 외로운 도망자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삶은 힘들어
이중인격자 외로운 비겁자
어차피 승리와 패배 중간은 없다
내가 만든 허상 속에
갇혀버린 나 자신을 저주해도
돌아나갈 길은 없다 그냥 가야해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지만
그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이중인격자 외로운 도망자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삶은 힘들어
이중인격자 외로운 비겁자
어차피 승리와 패배 중간은 없다
숨길 것이 많을수록
남을 더욱 용서할 수는 없겠지
남은 그저 타인일 뿐 우리는 아냐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지만
그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이중인격자 외로운 도망자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삶은 힘들어
이중인격자 외로운 비겁자
어차피 승리와 패배 중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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