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아임파인땡큐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야위었나요
나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면 눈물이 나요

장가가지도 않았잖아
사랑한단 말도 한번 듣지 못했잖아
그런데 벌써 나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만들지 못하면
내가 가진 미안함은 어떻게 해

아직도 방 한구석
남아 있는 당신 옷을 치우지 못했는데
주방엔 당신 수저 한 벌
아직 반짝이고 있는데
원래 찢어진 것을 예쁘게 꿰매 놓았던
그 청바지가 나를 울리고 있는데

조건 없는 사랑을 가르쳐 준 사람
기억하지 못하고
세탁기를 자꾸 돌리던 사람
세월에 거칠어진
뜨거운 냄비도 괜찮다 하던
손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나요

장가가지도, 사랑한단 말도
그 흔한 여행도 떡두꺼비 같은 손주도
몰래 훔쳐 팔았던 당신의 폐물
화가 나서 소릴 질렀더니
흘리던 닭 똥 같은 눈물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마다
깎아바치던 과일 모두
기억해요 잊지마요 나를 잊지말아요

아직도 방 한구석 남아 있는
당신 옷을 치우지 못했는데
주방엔 당신 수저 한 벌
아직 반짝이고 있는데
원래 찢어진 것을 예쁘게 꿰매 놓았던
그 청바지가 나를 울리고 있는데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기억해요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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