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김민규 [스위트피]
난 그저 당신을 영원한 나의 아내로 맞이하길 간절히 바랄 뿐
매일 밤 당신의 가늘고 긴 하얀 목에서 샘솟는 혈조를 마시며
바람소리에 섞인 꿈속을 떠도는 악마의 신음소리
어두운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녹색의 눈을 크게 계속 번뜩이며

잔인한 세상 공포로
세상이 버린 넌 나의 포로

짙은 어둠과 혼기에 묶여 있었던 당신의 비참한 굴욕감을 씻어줄게
증오와 복수심으로 당신의 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나의 입술이 목 줄기에 닿는 순간에 냉기가
당신의 몸을 질주하며 경직되고 이내 힘없이 쓰러지고 말걸

잔인한 세상 공포로
세상이 버린 넌 나의 포로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을 한 몸에 받으며
이 황폐한 언덕의 꼭대기에 올라
피를 통해 나를 당신 심장까지 전할 수만 있다면

잔인한 세상 공포로
세상이 버린 넌 나의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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