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유병열
낮 익은 얼굴도 익숙한 얼굴도 어색해 져 간다
늘 걷던 이 길도 채워 진 술잔도 혀끝에선 쓰다
낯선 좁다란 방안엔 늙은 작은 새 한 마리
하루만을 살아도 행복하고 싶다
먼저 간 친구도 뜨겁던 가슴도 잊혀 져만 간다
불안한 생각들 떨리는 촛불의 흔들림을 느껴
낯선 작은 내 가슴엔 늙은 작은 새 한 마리
오늘만을 산대도 행복하고 싶다
스쳐 가는 바람도 내려앉은 어둠도
재잘대는 꼬마 아이의 웃음 소리도
모두 담아 보고 싶다 향기 잃은 꽃조차
거칠어 진 손마디만큼 안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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