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라이브 (Feat. 175.211.*.*)

블랙넛(Black Nut)
일이 끝나고 혼자 마시는
맥주 몇 병에 난
모두가 잠든 새벽 흥분해 달아올라
인터넷을 켜고 접속한 가가라이브
의미없는 대화를 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어디 살아 몇 살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나가지마
지루할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사람 한 명 있는데
걔가 고민이 좀 있어 들어봐
아는 사람 일인 척하며
내 고민 쓰니까
내 눈에 온 다음 말
대화가 끝났습니다
나도 아무 일 없던 척하며
대화창을 꺼
눈꺼풀이 무거워 시계를 보니
4시를 가리켜
하지만 잠에 들긴 아쉬워
아직 빠지지 않은 취기
이런 난 기분이 좋았다가도
다시 슬퍼지고
난 혼자 손에 마우스를 쥐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지 못해
난 인터넷 바다를
계속 끝없이 방황해
내 얘기를 들어줘
여긴 아무도 없어
방안 가득한 정적
널 부르고 있어
목소리가 들려
내 이름을 불러
너도 나와 같다면
어떻게 하면 내 허전한
이 기분이 사라질까
난 바지를 벗고 폰을 들
XXX를 찍고 난
다음에 잉여들이 우글대는
디시인사이드에
내 XXX인증을 한다며 올렸다
미친듯이 달리는 댓글 속에서 난
한 순간에 조롱거리가 되었고
나를 에워싼
수많은 ㅋ자에
왠지 희열을 느끼며
누군지 모르는 그들과
함께 웃고 있어
내 XXX가 탐스럽다면서
칭찬하는 여자애에게
섹드립을 날렸어 내가 재밌대
야 그럼 나랑 얘기 좀 할래
자기가 방만든대 가가라이브
들어가서 털어놨어 나의 삶
힘든 것 하고 싶은 것
나를 위로하는 이름 모를
너의 상냥한 말들
힘들 때면 문자해줄래 가끔
폰 번호를 물어봐
문자친구하쟤
그러면서 자기 번호
알려주더라고 내게
나도 알려줬지 내 번호
고마워 문자할게
창 밖엔 동이 트고
난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아까 내가 올린 XXX사진
지우려 들어갔다
그 여자애가 남긴
글이 있어 눌러봤는데
내 신상 털었다며
자랑글을 써놨네
나랑 채팅했던 화면
전부 캡쳐하고
술 처먹고 하소연할 친구도 없는
찌질이에 대학 자퇴한 잉여에다
군대도 아직 안 간
막장이라며 내게 낄낄대
화가 나서 그 애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기에선 없는 번호라는
목소리만 들려
수많은 ㅋ자가 아까와는 달리
날이 2개인 낫처럼 느껴지고
내 가슴을 찌르고
난 눈물이 흘러
아니 울진 않았고
좀 많이 씁쓸하지만
근데 썅년아
나도 그거 내 번호 아니야
잠시라도 기댈 곳이 필요해서
너의 손짓에 난 쉽게
널 따라왔지만
상대를 믿지 않은 건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알잖아 여긴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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