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년

9 [9와 숫자들]
체육시간 다가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난 머리가 아파서
운동장 한구석 모래 구름 속
올 것 같지 않던 미래를 바라봤어

수학시간 수많은 공식들
꼼꼼히 내 삶을 대입해보아도
원하는 값은 구할 수 없고
복잡한 계산은 나와 맞지 않았어

선생님 말씀 공감하지만
내 안의 의심을 잠재울 수는 없었고
친구들 얘기 함께 웃어도
고작에 그런 게 유일한 기쁨일 리는 없어

세상이 궁금해서 들춰본 책장 속엔
기대치 못한 슬픔과 고독만이 가득했었고
내일이 궁금해서 내 딛은 한 걸음이
너무 길고 고단한 여행이 됐네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던
숙제는 여전히 제일 밑 서랍 속에 있어
버리지 못한 편지 다발도
비좁은 침대 틈 깊숙이 숨겨뒀어

사랑이 궁금해서 불러본 노래 속엔
원치 않았던 이별과 상처만이 가득했었고
네 맘이 궁금해서 건네 본 한마디로
몇 해를 난 후회로 보내야 했네

언제나 혼자였던 내 곁에 다가와
넌 무슨 책을 좋아해 하고 물었지
대답하진 못했지만 우린 알고 있었어
그것은 대단히 거창한 푸념일 뿐이란 걸

세상이 궁금해서 들춰본 책장 속엔
기대치 못한 슬픔과 고독만이 가득했었고
네 맘이 궁금해서 건네 본 한 마디로
몇 해를 난 후회로 보내야 했네
너무 길고 고단한 여행이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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