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김일두
벽에 기대어
벤취에 앉아 보낸
수 천 수 만 시간들
선글라스 외팔이와
꽃무늬 여인의
시선을 뚫고
아베크족의 성지
그 언덕 뒷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딘지도 모를 끝을
꼭 지난 것 같아
노인들의 화투판
주인 없는 전파상
썩은 감자와 호박 지나
정지해 있는 기계
그 불빛을 깨 부시고
아베크족의 성지
그 언던 뒷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딘지도 모를 끝을
꼭 지난 것 같아
어쭙잖은 것들에게
작살나는 운명
그리하여
오만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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