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비 20130206 (feat. 홍준호)

박수진
아침부터 잔 비 머리를 적시고
먼 길 가던 새 몇 마리
느닷없는 총성에 떨어진 외딴 늪처럼
가슴에 혼란한 물무늬 만들며
육신 흔들어도 절망은 지나가는 비

온 세상 뒤덮을 듯
검은 구름 하늘 끝에서
하늘 끝을 건너 밀려가다가도
구름을 찢고 간간이 드러나는
빛살의 여린 얼굴 다시 있어
절망도 언젠가는 지나가는 비

밤새 마을은 홍수에 잠기고
너를 잃은 마음 물 가운데 뜬
몇 개의 지붕처럼 황망하다가도
물 빠진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저 논밭과 신작로처럼 젖어
있는 우리의 생애도
언젠가는 물이 빠지리니

지금 외로운 나 하나
비 젖은 채 황량한
들 가운데 있지만
물줄기를 앞질러가는 세월 속에
절망도 언젠가는 지나가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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