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

9와 숫자들
만남과 이별의 의미를
알지 못 했던 난
작은 바람에도
쉽게 몸서리를 쳤어
내밀어 준 따스한
손길 모두 뒤로하고
낯선 길을 꿈꾸던
미움과 무감의 차이를
알지 못 했던 난
언제고 되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어
얼어붙은 언덕에
깨진 무릎을 부비면
기억은 더 선명히
빙글하던 입술
핑글대던 눈빛
마지막 그 표정에 난
중독되었나 봐
싱그러운 바람
햇살 도는 창가
마지막 그곳에서 난
박제되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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