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천문학

가을방학,김재훈
낯선 도시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
해 떨어지는 시간을 적기
그림자가 섞이는 그때 비로소 난 도착할 수 있는 것

낯선 그대가 내게 퍼붓는 질문들
겸손한 학생의 눈빛으로
천문학자가 밤을 기다리듯 조금만 시간을 가져요

어제 일과 작년의 다짐과
어린 시절의 반짝거림들
이 모든 것들을 어찌 다 전하나요
한낮 창가의 문답 몇 개로

숱한 밤을 함께 보내며
켜켜이 쌓인 은하수만큼 많은 얘길 나눠도
동이 트고 태양이 뜨면 연인들의 별은 빛을 잃던 걸요

잔인한 한 낮 더위에도
제자리에 붙잡힌 별들이 때론 안쓰럽죠

숱한 밤을 함께 보내며
켜켜이 쌓인 은하수만큼 많은 얘길 나눠요
동이 트고 태양이 뜨면
겸손한 학생이 되어 기다려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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