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침대 위에
곤히 누워 죽어 있다
온기 없는 이부자리를
뒤척일 힘도
더 이상 내겐
남지 않았다
그대 없이 떠난다는 게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끝도 없이 추락하는
내 가여운 마지막
그대 없는 하루 하루에
익숙해져
다른 어딘가로 떠나서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열린 문에 그녀가 서 있다
뭐라 말을 건네려다
날 흔들다가
그제서야 무너져 내린다
내가 없이 살아가는 게
끝도 없이 절망하는 게
인사 없이 살아있는
널 보는 마지막
내가 없는 하루 하루에
익숙해져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걷던 거리
우리가 먹던 음식
우리가 즐겨가던 그 카페
우리가 밤새 울던
우리가 잠들었던
우리가 누워있던 이 침대
우리가 듣던 노래
우리가 찍은 사진
우리가 좋아하던 이 불빛
사라진다 지워진다
흩어진다 바스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