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자욱

정재욱
겨울이 왔네요 나도 몰래
내 뿜은 입김만으로 느낄 수 있죠
세상을 가득 품을 듯
우리가 사랑했던 그만큼 눈이 오길
종일 바래왔던
저 눈도 채우지 못한 그대의 빈자리
당신이 뿌려 논 따스한 온기로
조금씩 조금씩 더 녹아만 가요
아프다 말 하기 싫은데
지워지지 않는
내 흉터들만 가슴속에 나에겐
종일 내려왔던 저 눈도
채우지 못한 사랑이 진 자리
당신이 뿌려 논
따스한 온기로 조금씩 조금씩
더 선명해 져요
조금만 힘을 내라
스스로를 자꾸만 계속 다독여봐도
꽃이 피고 따뜻한 좋은 계절은
꼭 내게만 멀어지네요
영 영 그치지 않을 듯
온 세상 하얗게 덮을 것처럼
저 펑펑 내리는 눈 송이처럼
저 멀리에 그대를
천천히 내려다 놓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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