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봄을 바란다)

이윤찬
들을 이 하나 없는
시간도 얼어붙은 겨울에
홀로 노래하며 떠돌다가
이제 서야 돌이켜보니
나의 인생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겨울이었음을
그래도 나의 마음은
언젠가 찾아올 봄을 바라며
나긋이 노래하리라

기억해줄 이 하나 없는
순간들도 눈꽃으로 흩어져
흔적마저 녹아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난 봄을 바란다

눈이 녹으면
나도 녹아버릴까
서럽게 울기도 했지만
봄이 온다면
기꺼이 녹아 없어지리라.
보아줄 이도 없는
그 혹독했던 겨울에
꽃을 피웠던 나의 기억도
함께 사라져간다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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