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사라수
어느 따스한 봄날에
나지막한 바람이 불어 내게 오네
한 손에는 꽃잎이 가득해
또 한 손에는 막연한 꿈이 담겨 있네

하늘은 부드럽게
날 환하게 비춰 주네

여름이 매섭게 오는데
손아귀의 꿈들은 녹아 내려앉네
습하디 습한 바람 앞에
발걸음만 축축히 무거워 지는데

하늘은 부질없게
날 따스히 감싸주네

하늘은 부지런해
날 따스히 감싸주네

낙엽이 떨어지는 날에
하늘은 멀리 멀어 졌네
이대로 길가에 남은 난
누구를 향하여 탓을 해야 하나
모르겠네

흰 눈이 따스히 내리며
소심하게 길가에 둘러 모여 앉네
차분히 노래를 부르네
봄날이 오길 난 간절히 바라보네

하늘은 부스럭대며
얼굴을 들이미네

하늘은 부드럽게
봄날을 비춰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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