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지형
사랑은 나의 어깨를
지나 나의 두 뺨을 지나
일분 일 초보다
더 짧은 순간을 지나
마치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듯
언젠가 한번은
마주쳤을지도 몰라
우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우우 언젠가는
만날 것 같지만

사랑은 나의 창문을
지나 좁은 골목을 지나
새벽 출근길
또각또각 구두소리
헛기침하며 잠을 깨우던
누군가가 어쩜
그대였었는지도
우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우우 언젠가는
만날 것 같지만

사랑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 길을
걸을 때
마주오던 사나운
눈빛인지도 몰라
너무 외로워서
술을 마실 때도
같은 공간 같은
한숨에 스쳤는지도
우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우우 언젠가는
만날 것 같지만

사랑은 바람이 멈추고
해가 비춰올 때
우리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났을 때
마치 기적처럼
마치 운명처럼
일분 일 초보다
더 짧은 순간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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