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한대수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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