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주인을 잃은 일기를 읽고
아직도 아슬하게 걸친 달력을 보며
손끝에 남겨뒀던 가냘픈 너의 기록도
점점 굳어지는걸
차갑던 바람보다 차갑던 말들로
부서진 약속의 파편은 바람에 잃고
그렇게 쉬웠었던 너의 이름과 단어도
더욱 어려워지는데
다시 한 번 너의 품속으로
따뜻했던 봄날의 품으로
사라진 5월에 피던 장미 길을 걸으면
그 끝엔 네가 기다릴 것 같아서
서둘러 빈자리에 바쁜 나를 메꿔도
예고도 없이 몇 번이나 추락하는 마음
깨진 시간들 틈에 닿아둔 기다림들도
이젠 위태로워지는데
따뜻한 햇살에도 기억은 녹질 않고
지키지 못 할 다짐도 몇 번이나 되뇌지만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매일 뒤척이며 망설이는 밤
다시 한 번 너의 품속으로
따뜻했던 봄날의 품으로
사라진 5월에 날던 나비들을 따르면
네가 웃으며 반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