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여기

문미영
달려봐도 달려봐도
또 다시 여기
꿈꿔봐도 꿈꿔봐도
또 다시 여기
모두 다 떠난 이 곳에
혼자 남겨져
계속 미워해 나를
달아나도 달아나도
언제나 여기
도망쳐도 도망쳐도
언제나 여기
이렇게 묶인 두 다리
결국 쓰러져
계속 원망해 나를
이제 그만 여길 벗어나서
뜨겁게 달려보고 싶어
그토록 바래왔던 것들
두 손에 가득 쥐고 싶어
자신 없어 감춰왔던
나를 꺼내어 보여주고 싶어
아무것도 잘 하지 못해도
내가 나를 좋아하고 싶어
달려가면 달려가면
언젠가는
꿈을 꾸면 꿈을 꾸면
언젠가는
그만 털고 일어나렴
꼬인 매듭을 풀고
사실 별거 아니란다
막상 시작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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