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듯

패닉
그 밤 눈이 펑펑 왔지
빛의 조각들 처럼
골목 가로등 아래
반짝이는 눈 속에
나는 두손모아 빌었지
그리 아름답던 그눈이
모두 녹을 줄이야
구두 위에 어지럽게
묻어 있는 얼룩이
하나 남은 흔적일 줄이야
난 밤이 새도록 너의 집앞에
사랑한다고 돌아오라고 글씨를 썻지만
해는 높이 떠오르고 나의 맘은 녹아내리고
가는 자전거 바퀴에 흩어졌던건
그리 아름답던 그눈이
모두 녹아버린 날
우리 함께 한 일도 마치 없던것처럼
작은 물방울되어
간주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지
그저 수줍은 내고백은 눈물로
누군가의 발에 밟혀 흙탕물로
그리고 어제와 똑같이 뒤 덮혔지 사람들로
저많은 사람들중에
내맘과 같은사람 아마 있겠지
그사람 역시 아무도모르게
사라진 흔적 찾아 방황하고 있겠지
밤이 새도록 너의 집앞에
널 사랑한다고
내게 다시돌아오라고
내 맘 가득담아 흔적을 남겼지만
해는 높이 떠오르고 나의 맘은 녹아내리고
가는 자전가 바퀴에 흩어졌던걸
그리 아름답던 그눈이
모두 녹아버린 날
우리 함께 하늘도 마치 없던것처럼
작은 물방울되어
내게 마지막 몸부림과 같았던
어느 눈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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