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나

비솝 (오버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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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풋내기 시절 옛이야기
디테일은 적잖이 희미하지
하지만 그때 느낀 두근거림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어 변함없이 늘
아마도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일걸
나의 기억이 맞다면 분명
계절은 이른 여름이었지
학교에서는 글짓기 대회가 있었지
상 욕심이 강했던 담임교사는
노골적으로 말 했어 우리 5반은
어린이 권장도서 목록 안에서만
위인전을 골라 읽고 독후감을 써
교과서에 낙서를 즐기던 나는
담임교사가 거듭 부르짖던 말을
듣지 못했지 집으로 돌아간 난
어린이 권장도서 목록관 상관없는
글을 썼지 제목은 어른이 된 나
철없는 소년의 겁 없는 인생관이
펼쳐진 흥미로운 글이었지만
지금 읽으라면 목매달걸 틀림없이
아무튼 간에 다음 날 아침 첫 시간
난 별 생각 없이 원고지를 교실 앞
교탁 위 독후감이 쌓여있는 맨
위에 올려놓은 후 자리로 가고 있었네
벨 소리에 맞춰 들어온 담임은
맨 위에 놓인 내 글의 내용을 확인하곤
날 향해 외쳤지 복도로 나가
난 영문도 모른 채 복도에 나앉아
지나가던 교감에게 린치도 당하면서
무려 점심시간까지 기다렸어
교무실로 불려간 난 담임의 온화한
표정에 되레 겁이 나서 몸을 사렸네
위인전 독후감의 뻔한
레퍼토리보단 내 글이 먹힌단 뻔뻔한
판단을 한 담임은 언제 그랬냔 듯이
날 칭찬하며 볼을 쓰다듬지
그런데 한 가지 담임 눈에 거슬린 건
내 악필 내 글이 상을 타주길 원한
담임 글씨를 써줄 대타를 지명하지
바로 내 짝사랑 그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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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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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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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애들은 가고
운동장에선 형들이 농구를 하고
난 빨개진 얼굴로 굳어 있었지
교실 안엔 단둘 뿐이었으니
그 아이는 새침데기 요조숙녀
때론 내 꿈속으로 파고들어
술래잡기를 하며 놀기도 했지
하지만 사실 난 아직
말 한마디 못 건넸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친하게 지내면 금세 놀림감 따위나
되던 딱 그 나이가 느낀 두근거림
괜한 괴롭힘 만으론 풀 수 없었지
바로 그 아이와 단 둘만이 남은
방과 후 교실의 정지된 시간은
마치 먼 훗날 첫 미팅의
트레일러 같은 머쓱한 분위기네
설레던 마음은 이내 긴장감에 짓눌려
난 맞은 편을 보긴커녕 고개를 숙여
그 아이는 조금 전에 담임이 건넨
내 글의 원고지 첫 장을 펼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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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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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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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분위기는 변해갔지
변해가는 그 아이의 표정에 반응해
내 눈빛은 생기를 더해갔지
친구가 내 글을 읽는 건 처음인데
난 왜 긴장감을 잊고 두 눈동자는
그 아이의 표정과 내 글 사이에
고정한 채 묘한 즐거움을 느낀 걸까
돌이켜보면 그게 내 창작의 첫 성과
한동안 훔쳐보는데 여념 없던
난 그만 그 애와 눈이 마주 쳤어
황급한 마음에 난 급히
눈을 내리 깔았지만
잘 안 돼 표정 관리가
그 아이는 내 묘하게 현실적인
허풍들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지
그 애가 말했어 난 어른스럽다고
난 대답했어 아주 가끔만 그런다고
시간의 흐름 속에 그 아이도
희미한 추억 속 저 만치로 사라지고
여전히 아주 가끔만 어른스러운
난 변함없이 원해 그 날
느꼈던 즐거움을 지금도
어른이 된 난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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