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

이지윤 [아침 이슬 중창단]
동산에 아침 햇살 구름 뚫고 솟아와

새하얀 접시 꽃잎 위에 눈부시게 빛나고

발아래는 구름바다 천리를 뻗었나

산 아래 마을들아 밤새 잘들 잤느냐

나뭇잎이 스쳐가네 물방울이 날으네

발목에 엉킨 칡넝쿨 우리 갈길 막아도

노루 사슴 뛰어간다 머리위엔 종달새

수풀 저편 논두렁엔 아기 염소가 노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 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쏟아지는 불햇살 몰아치는 흙먼지

이마에 맷힌 땀방울 눈가에 쓰려도

우물가에 새색시 물동이 이고 오네

호랑나비 날으고 아이들은 촐랑 거린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등 뒤로 흘러내린 물이 속옷까지 적셔도

소나기를 피하랴 천둥인들 무서우랴

겁쟁이 강아지는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 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동산에 무지개 떴다 고운 노을 물들고

하늘가 저 멀리엔 초저녁 별 빛나네

집집마다 흰 연기 자욱하게 덮히니

밥 냄새 구수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 소리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 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출렁이는 밤 하늘 구름엔 달 가고

귓가에 시냇물 소리 소골소골 얘기하네

졸지말고 깨어라 쉬지말고 흘러라

새 아침이 올 때까지 어두운 이 밤을 지켜라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 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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