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무

유준상
아직 한 번도 이 곳을 떠나본 적이 난 없지만
좀 더 커다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죠
코 끝을 스치는 바람에 묻어 있는 이 소금 냄새
비록 보이진 않아도 저 산 너머엔
바다가 있다는 걸 이제 난 알아요

그래요 난 영원히 볼 수 없겠죠
하늘과 맞닿은 바다
붉게 물드는 수평선 그 앞에
서 있는 날 꿈꾼다 해도

비록 보이진 않아도 볼 수 없어도
누가 날 비웃어도 나는 괜찮아요
그래요 난 오늘도 여기 서 있죠
저 멀리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언덕에서
어제도 또 오늘도 난 꿈을 꾸죠

날 기억하는 새들이
차가운 비를 피해갈 수 있게
두 팔을 하늘에 힘껏 펴고
어두운 밤에도 나를 찾을 수 있게

이렇게 난 오늘도 여기 서있죠
저 멀리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언덕에서
오늘도 또 내일도 난 꿈을 꾸죠
행복한 나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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