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illa (세비야)

이한철
일어나 반쯤 열린 창 너머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나서네
낯선 돌 길위, 작은 가게를 지나
눈 앞에 펼쳐진 아침을 보다가

니가 떠올라 그렇게 떠올라 이 먼 곳에서 널 발견하게 돼
맘이 아려와 여전히 아려와 도망치듯이 지구 반대편의 나
한 숨이 나오네

걸어온 뒤를 돌아보다가
두고 온 일들이 문득 생각나
미안했던 일, 고마운 사람들
또렷이 떠올라 눈 앞이 흐려지네

모두 떠올라 그렇게 떠올라 이 먼 곳에서 그 사실을 알게 돼
맘에 두었던 전하지 못했던 그런 말 들이 입 안 가득 맴돌아
입술을 깨무네

수화기 너머 한 낮의 목소리
들려줘 고마워 내 맘이 씽긋 웃네

나의 사람아 나의 사랑아 조금 기다려 난 달라질거야
언덕을 넘어 호수를 지나 니가 있는 곳 그 곳에서 만나자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우정이
영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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