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달린 화살 (시인: 허유)

정희선
♣ 꽃잎이 달린 화살

- 허유 시

꽃잎이 달린 화살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만들었다.

스무해 전
가슴의 가장 아래쪽에 차린 공장에서
낱낱이 정성들여 제조하여
먼데로 쏘았다.

등기편지처럼 틀림없이 가 닿아서 꽃히리라고
빌면서 쏘았다.

화살이 닿인 소녀,
화살이 닿인 하늘,
화살이 닿인 미래는
꽃잎 같이 기별을 보내왔다.

얼마 전
나는 며칠 휴가를 얻어
그때 쏘았던 화살들을 회수하러 나섰다.

그러나
소녀는 죽고,
하늘은 더러워졌고,
미래는 공석이었다.

꽃잎이 달닌 화살은 아무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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