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 (시인: 양명문)

장유진
♣ 송  가 ~^*    -양 명 문  詩

-내가 향기로운 술과 석류즙으로
너를 마시게 하리로다. 아가(雅歌)-

되도록이면-
나무이기를,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이기를,
생각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이기를,
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
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
속삭이는 잎새며, 가지며, 가지 끝에 피어나는
꽃이며, 꽃가루이기를

어디서 뽑아 올린 것일까
당신의 살갗이나 뺨이나 입시울에서 내뿜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향기로운 이 높은 향기는,

되도록이면-
바위이기를, 침묵에 잠긴 바위이기를,
웃는 바위, 헤엄치며 웃는 바위,
그 바위 등에 엎드려, 목을 뽑아 올리고,
묵상에 잠긴 그 거북이기를, 거북의 사색이기를,
그 바위와 거북의 등을 어루만지는
푸른 물결이기를, 또한 그 바위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붙어 새끼를 치며 산호이기를
진주알을 배고 와 뒹구는 조개이기를.

어디서 그런 재주들을 배워 왔을까.
당신의 슬기로운 예지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그 오묘한 비밀, 그지없이 기특하기만 한 생김새
다시없는 질서, 바늘끝 마치도 빈틈없고 헛점없는
이들의 엄연한 질서, 이 줄기찬 생활이여!

되도록이면-
과일이기를, 과일 중에도 청포도이기를,
청포도 송이의 겸허한 모습이기를, 그 포도알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씨이기를, 표정이기를,
그 포도알 속에 살고 있는 저 주신(酒神)바커스의
어질고도 용감한 기품이기를

어디서 이 크나큰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
그 무엇도 침범키 어려운, 이 장엄한 행진의 힘
당신의 혈관 속이나 세포처럼 독균의 침입을 입지않은
순수한 내부조직 아, 이 눈부신
산림이여, 사랑이여!

양명문 (楊明文, 1913.11.1-1985.11.21)
호 자문(紫門). 평양 출생. 1942년 일본 도쿄센슈[東京專修]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였다. 1939년 27편의 시를 수록한 처녀시집 《화수원(華愁園)》을 발간하여 시단에 등단하였으며, 1 ·4후퇴 때 월남하여 종군작가로 활약하였다. 1956∼1960년 자유문학자협회 중앙위원,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1957∼1974년 펜클럽한국본부 중앙위원, 1957∼1960년 시인협회 이사를 역임하였고, 1957년 국제 펜클럽대회 한국대표로 참석하였다. 1960∼1965년 이화여자대학 교수, 1965∼1979년 국제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1981∼1985년 세종대학 초청교수를 지냈다. 그의 시는 언어의 섬세하고 연약한 기교미를 배척하고 솟구쳐 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직정적(直情的)으로 토로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에는 시집 《송가(頌歌)》 《푸른 전설》 《화성인》 《지구촌》, 시선집으로 《이목구비》 《묵시록》, 장편 서사시 《원효》 등 다수가 있다

가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