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정공채 詩
옛날같은 통정(通情)위로
비가 줄줄이, 줄줄이 비가 내리는군요
허벅지가 흰
나직하고 부드러운 가수를 찾습니다.
비가 통정해 오는 이런 날,
당신을 만나야 합니다.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지나가버리면 먼 언덕입니다.
꽃잎도 흩어지며 지는 것, 아닐까요
햇살을 머리 위에 받으며
종이소리를 매일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당신,
저 치차(齒車)는 우리들의 일상(日常)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일수록
선생님, 함께 비에 젖읍시다.
잃어버리며 굳어져가는 낡은 잿빛의 벽
당신과 나의 도시가
사람을 찾습니다.
저토록 쾌락과 부에 잠겨 있는
눈을 못뜨는 무덤과 감정은 동행 중입니다.
부재(不在)의 매끄러운 거리에서 소리가 죽는
선생님
그 참비에 젖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