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Ⅱ

윤설희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속으로 산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트릴 순 있어도

한모금의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좋은 곳은 가장 죽기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않아서 서로가 떨어질순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 할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을 떠나면 또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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