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남궁옥분
진한 커피 한잔에 긴 잠에서 깨면
헝클어진 머리결 늘처럼 초라해
그래도 왠지 마음이 바쁘진 않아
왜냐면 오늘 하루 난 외출이 없어
늘 쫓기듯 살아온 수많은 지난날
되돌아보면 그래도 의미가 있어
그러나 오늘 하루는
전부 잊을래
아마도 좋은 일들이 있을 것 같아
우선은 내 방안에
가득 음악을 채워놓고
엄마의 아침을 챙겨드릴까
자꾸만 잊혀지는
옛날 사진들 바라보며
옛추억을 더듬어볼까
밖으론 분주한 하루의 시작
그러나 난 오늘 정말 외출이 없어

언제나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들
내게는 왠지 아무런 느낌이 없어
도시에 익숙해져 무뎌진다 해도
오늘은 편한 시간을 가져볼테야
언제나 집앞에서 노는
어린애들을 모아
재밌는 동요나 가르쳐 줄까
오래전 그리다 그만둔
화폭을 펼쳐놓고
그림이나 완성해 볼까
언제나 무심하다하는
소중한 친구에게
몇줄의 소식을 띄워나 볼까
투명한 유리창에 덮힌
먼지를 닦아내곤
밝은 세상 맞이해볼까
밖으론 분주한 하루의 시작
그러나 난 오늘 정말 외출이 없어
그러나 난 오늘 정말 외출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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