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관
-박목월 시
棺을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 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兄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작가의 아픔이 애잔하게 깔리는 시이다. 죽음을 확인한 후에도 넘치는 정은 이승과 저승의 대비로 더욱 절실하게 느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