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이렇게 평화로운데
오늘 성적표가 나온대
나 엄마한테 걸리면 죽어
몰래 꽁쳐다 보관하면 돼
혹시나 하는 두련움에도
칼로 숫자를 긁어내고
내 점수를 부풀려대고
어머니를 불러 내 꺼야
한 편의 선전포고
이게 내 성적표고
표정을 살짝 보고
질문을 던져보고
어때 잘 봤지 엄마 아들 참 잘났지
장난치듯 웃고 있지만
가슴속이 울렁이지 난
불안해 걸린 것만 같아
지금 난 어린 꼬마 같아
붉으락 또 푸르락
엄마 뚜껑 열리고 말았다
엄마 실수로 어쩌다 그랬다
뻥 칠 수도 없고
도망 칠 수도 없고
나란 놈은 재수도 없어
아빠한텐 말하지 마
빌고 또 빌고 또 바리지만
내 표정은 일그러진 지 오래
미소는 일부러 짓지 못해
다다른 수렁 끝에서
할 줄 아는 건 푸념 뿐
맘 편한 삶은 답이 안 서
내가 앉은 곳이 좌불안석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내 직감이란 게 말해
지위와 직함이란 게
오르기는 죽어라 힘들어도
내려오는길은 미끄럼틀
이번에 또 내 아이템을 베껴
승진은 또 그 놈한테 또 뺏겨
아내에겐 정력 감퇴고백
결국엔 이렇게 난 해고될 걸
모든 걸 던지고 싸워서
내가 여지껏 쌓아온
명성이 한 순간에 무너질까
나란놈이 단칼에 부러질까
웃기지마 난 강하다고
우기지만 간단하다고
답은 나왔어 난 써먹을 데가 없어
이딴 악목을 꿨어
깨 직장 일이라는 게
피 터지는 현실이라는데
매일 매일이 심히 나는 괴로워
따뜻한 집이라는 데도 뭐 똑같지
애들은 좋은 대학에는 못갈 거 같고
아빠 닮아 못난 거 같고
불안해서 못살 거 같고
올 한해도 솎아내려고
날 째려보는 괴로운
시선들이 있어 아무리 싫어도
이미 평균이하
욕하는 구경꾼에게
할 줄 아는 건 푸념 뿐
맘편한 삶은 답이 안 서
내가 앉은 곳이 좌불안석
핸드폰을 놓고 왔을까 불안해
켜 놓은 거 같은 가스가 불안해
제대로 버스 탔을까 불안해
이번 정류장이 맞을까 불안해
이젠 취직 할까가 불안해
이번 정리해고 날까봐 불안해
여자친구 나 찰까봐 불안해
딴 남자랑 혹시 잘까봐 불안해
주말 한번 놀아볼까 불안해
밑에서 치고 올라올까 불안해
망해서 친구 몰라볼까 불안해
날 보고 대체 뭐라 그럴까 불안해
쓰레기장 더러워질까 불안해
집값이 떨어질까 불안해
시위대는 밀려 넘어질까 불안해
전경은 데모가 벌어질까 불안해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
맘대로 안 되는 내삶
반대로만 가는 세상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어쩔지 점을 쳐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