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유지태 시낭송)

원태연
1.
너의 목소리, 눈빛, 나를 만져주던 손길, 머릿결
부르던 순간부터 각인되어버린 이름, 아름다운얼굴
그렇게 시작되었던 어쩌면 재앙과도 같았던 사랑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사랑에 중독되어갔다

언젠가 니가 조금만 더 천천히 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그때
천천히 턱끝으로 모여든 너의 눈물에
손끝조차 가져가볼 수 없었던 그때
단 한번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이유로
살점을 떼어내듯 서로를 서로에게서 떼어내었던 그때
나는 사람들이 싫었고
사람들의 생각이 싫었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들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사랑도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인가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그렇게 서로를 버렸음에도
단 한번뿐인 사랑을 지켜내지 못했다

2.
마지막임을 알고 만나야 했던 그날
서로의 얼굴을 목소리를 상처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던 그날
너를 보내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었던 기도를
하얀눈이 까맣게 덮어버렸던 그날
이제부터 나는 무엇을 참아내야 하는가
이런 모습으로 이런 성격으로 이런 환경으로 태어나
그렇지가 않은 너를 만난 죄
그렇지가 않은 니가 나를 사랑하게 만든 죄
내가 할수 있는 노력이 그것뿐이었던 죄
그렇다면 이 모든 나의 죄를 사할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도 이 모든 나의 죄를 사할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도 살아있음에 미련이 없음이
나를 더욱더 가볍게 만들어 준다
무엇인가 의미를 남겨두고 싶어 올라다본 하늘에
눈물에 얼굴을 묻던 너의 모습이 아련하게 스쳐간다
내가 태어나던 날의 하늘은 어떤 색깔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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