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실종
(written by 허용석, 양정민)
verse 1) youngcook
힘든 하루의 끝무렵에 돌아본 오늘의 모습, 어제와 같아. 무력해.
한번도 선로밖으로 나가지 않았건만 남은거 라곤 알아서 복종하는것만
배운 내 꼬라지..오늘도 서류 다발과 욕설이 내 얼굴에 쏟아지는
장면을 모두에게 보이고 말았어. 참았던 화가 폭발하려는데
딸아이의 얼굴이 내앞을 막았어. 다시 한번 내가 바보같이 살았던 이유에 무릎을 꿇어.
이제, 소중한 그 이유들이 날 반겨주겠지. 오늘도 우리들이
그릴 그림을 상상하며 초인종을 눌러. 오늘따라 유난히 날 반기는 아내
내게 안기는 아이에 볼에 키스를, 아내가 따라온 쥬스를 마시며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해.
근데 좀 피곤하고 어지러워. 이상해. 그녀를 부르려는데 혀가 잘 안돌아가.
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동자가 점점 위로 올라가...
verse 2) youngcook
내 눈앞의 낯선 벽과 더 낯선 공기..얼마나 단단히 묶였나 몸을 움직여보니
몸에 감각이 없어. 젠장..이럴줄 알았어 언젠가 내 삶이 좆되는 때가 올줄은 알았지만
오, 그게 지금이라니, 이런식은 아니야. 이유도 모른체 당하긴 싫어.
마지막으로 내 아이가 보고싶어 내 아내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눈동자에 불이 붙어. 내 가족에게 손대는 놈은 뿌리부터 없애버리겠어.
내인생 최초, 최대의 분노...그리고 너의 인생 최초의 죽음 최대의 공포를 남기리라.
빌어먹을 삶이지만 마지막을 장식할 힘은 아직까진 남아 있어.
눈을 가만히 떠. 철문이 열리는 소리, 내 눈을 가리던
어둠 대신 빛이 그 자리로 들어가. 문 너머 그림자의 형체는 서서히 드러나.
그놈을 바랬어. 그러나 어찌 된일인지 내눈 앞에는 그녀가..
다친데는 없어? 대체 어떻게 된거야? 경찰은 불렀어? 나좀 병원에 데려가.
내 시선은 그녀의 손으로 내려가. 왜 칼을 들고있어? 위험하니까 내려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봤더니...차가운 표정, 내 아내가 아닌 낯선 이 같아.
그 순간 곡선을 그리는 그녀의 손, 그리고 너무 환한 내 딸의 싱그런 미소
verse 3) Warm Man
거리의 빗소리 사이로 뿜어낸 담배연기. 엉망이었을 그날 하루가 얼마나 개연이
되어있을런지. 자책의 애탄 손짓. 딱하지만 막을 수 없는.. 무섭지.
착취는 자본과 능력에 이끌려간지 오래. 알 수 없는 이 능력은 정말로 지독해.
꿈 속에 나타나 육신을 벗네. 그 번뇌는 사건의 전말을 알리길 원해.
희뿌연 가로등불 밑 이삿짐을 싸는 모녀. "안녕하세요." 모녀는 고개를 돌려.
두려운 표정. "부인께선 오전 남편의 퇴사 의사를 알렸죠.", "그래요."
그녀의 마른 눈가엔 초조함이 맺혀. "부인, 제에게는 어제 그 사실들을 애써
숨길 필요가 없어요. 솔직히 말해봐요. 남편은 자살인가요, 타살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