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가고 나면
최 동 일
노을진 강가에 나와
꽃잎 한 장 따서 물에 띄워봅니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천 길 물 속만 들여다봅니다
가을걷이 끝나버린 텅 빈 들녘
두 팔 벌리고 망연히 서 있는 허수아비 하나
우리 아름다웠던 나날들
꽃잎 세듯 한 장 두 장 헤아려 봅니다
우리 사랑 너무나 푸르렀나 봅니다
우리 사랑 너무나 아팠었나 봅니다
파릇파릇 새싹 돋아나는 언덕 위에
한 마리 외기러기 되어
나 하늘 끝 어디론가
하염없이 날아가고 싶습니다
사랑도 가고 나면
함께 거닐던 강나루 푸른 풀밭 길엔
해녀들 숨비 소리처럼 긴 한숨만 남으리
종달새 우짖는 보리밭이랑 너머
아지랑이 가물가물 일렁거리고
아아 그리움의 잔물결만
하염없이 하염없이 피어오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