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만토스 산에 사는 멧돼지를 잡아 오너라.
반드시 산 채로 잡아와야 한다.”
에리만토스 산은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사냥터였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인간들이 자신의
사냥터를 짓밟지 못하도록 커다란 멧돼지를 통해
산을 지키게 했는데, 몸집도 어마어마 하고
두 엄니 또한 날카로워 사람들이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멧돼지가 사는
동굴로 가 소리쳤습니다.
“자, 멧돼지야 나오너라~!”
멧돼지는 동굴 깊은 곳에서 두두두두 달려 나왔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달려오는 멧돼지를 향해 주먹을 날렸습니다.
옆구리에 정확히 맞은 멧돼지는 동굴 벽에
세게 부딪혔습니다. 처음 맞아보는 주먹에
멧돼지는 놀라 주춤거렸습니다.
“어서 오너라, 너는 나와 함께 가야 한다!”
헤라클레스는 멧돼지의 몸에 여러 번 주먹을
내리꽂았습니다. 괴물 사자와 히드라에 비하면 멧돼지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두들겨맞은 멧돼지는 금방
얌전해졌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멧돼지를 그대로 등에 업고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여기 멧돼지를 잡아왔습니다.”
진짜 멧돼지를 생포해 온 헤라클레스를 보며 왕은
깜짝 놀라 항아리 속에 숨어 소리쳤습니다.
“알겠다. 알겠어! 다시 산에 놓아주어라!”
“다음 과업은 무엇입니까?”
“여신 아르테미스의 암사슴을 생포해 오너라.”
황금 뿔을 가진 암사슴은 여신 아르테미스가 사랑하는
성스러운 동물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이 사슴을 잡으면
미움을 살 것이라 예상해 내린 과업이었지요.
헤라클레스가 암사슴을 잡으러 다니자 여신 아르테미스가
나타나 헤라클레스를 꾸짖었습니다.
“감히 내가 아끼는 사슴임을 알면서 잡아가려는 것이냐?”
헤라클레스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과업을 행해야 하여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생포하여 왕에게 확인만 시킨 후 그대로 돌려놓겠습니다.”
헤라클레스의 자초지종을 들은 아르테미스는 말했습니다.
“사슴 털 끝 하나라도 다치게 한다면
너의 목숨을 거둘 것이다.”
사슴이 다치지 않게 생포해야 해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과업이 되었습니다. 화살, 창 등
무기를 쓸 수 없음은 물론이고 그물이나 덫도
쓸 수 없었지요. 방법이 없던 헤라클레스는 그저
사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사슴이 잠들려 할 때 생포하려 했으나 사슴은
그 틈을 알고서는 계속 도망쳤어요. 몇 날 며칠
잠도 자지 못한 채 도망 다니던 사슴은 지쳐 쓰러졌습니다.
“드디어 잡혔구나. 다치지 않게 해줄 테니 걱정 말거라.”
헤라클레스는 기진맥진한 사슴을 업고 왕에게
확인시켜주었어요. 사슴을 다치게 하지 않고 무사히
돌려보내 주어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도 사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