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안치환
나는 온 몸에 햇쌀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 붙는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 따라 꿈속을 가듯  정처없이 걸어가네 걸어만 간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울린 사이로
푸른 들이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걸어 봄신명이
가슴에 지폈네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이가 짚신매 듯
그들이라도 보고 싶네 보고만 싶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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