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내리던 날
어젯 밤 챙겨둔 가방을 차에 싣고
쉴 새 없는 와이퍼 소리에
아직 덜 깬 잠이 달아나네
길 위를 달리네
휴게소에 우동 한그릇과
차가운 커피로 허기를 떼우고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 부르니
새삼 느껴지네 아 떠나고 있구나
한참을 그렇게 달리네
창문도 열고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달리네
19번 국도를 따라서 점점 더 먼 곳으로
단단히 서 있는 초록 산과
조용히 흐르는 푸른 섬진강과
아무렇게 자란 녹차잎 사이로
여린 빗방울 뚝뚝 떨어지네 음
화창하게 개인 하동의 아침
늦게 잠에서 깨 다시 또 남쪽으로
강 줄기가 끝나는 그 곳에 이르니
눈 앞에 펼쳐진 드넓은 남해의 바다
천천히 그렇게 달리네
구불한 길을 따라 수평선을 따라
천천히 그 곳에 머무네
다랭이 마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노랗게 물든 논밭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시골 동넬 누비네
저녁 노을 붉게 물들 쯤엔
시원한 맥주에 기분 좋게 취해도 보네
산책가자 조르는 숙소 강아지
간식달라 조르는 길가 고양이
돌아오니 자꾸만 생각이 나
여유 좀 생기면 다시 보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