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같은 이별의 말에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니
함께 한 일은 생각 안 나고
함께 먹은 음식만 생각나
낯선 사내의 눈길을 피해
국밥 한 그릇을 비우자면
함께 나눈 말 생각 안 나고
함께 나눈 음식만 생각나
생일도 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꽃을 들고 온 어느 추운 저녁
갓 지어 윤기 흐르는 밥에
문어 모양 비엔나 소시지
돼지고기배추된장국에
달달하고 폭신한 계란말이
음식 없는 사랑이나
사랑 없는 음식이나
핸드폰 가득 저장된
추억 없는 사진이나
흔해빠진 반찬에 찰기 없는
식당밥이나 매한가지지
함께 한 일은 생각 안 나고
자꾸 함께 먹은 음식만 생각나
단단한 치즈케이크와 와인
그리고 진한 커피 한 잔 더
하지만 집엔 가지 않을래요
아직 집엔 가지 않을래요
여전히 배고프고 외로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