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묵주

DongKyu Jung (정동규)
앨범 : 내 마음의 묵주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당신은 언제나
내 뒤에서 걸었지.
걷고 있는
내 뒷모습이 보기 좋다며
그럴 때의 바람은
당신의 내음을
상처 난 내 마음에
부드럽게 부어 주었어.
세상에서 제일 높다던 그 산 어딘가에서
열에 들떠 쓰러졌을 때,
내 머리에 젖은 수건을 쉼 없이 올려주며
그 긴 밤을 새웠고,
희미한 빛에 눈뜬 그 아침
키만 한 당신의 배낭에 내 짐을 넣고,
해어진 신발을 천으로 감싸며
미소로 나를 보고 있었지.
밤의 기차를 타고
전설의 도시로 가며
삶이 우리에게 주었던
기쁨 들과
슬픔 들을
이야기했고,
검은 장막 위에 수놓았던
사막의 별들 아래에서
이 삶 너머의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면
당신의 눈은 별이 되었지.
달이 차고
다시 여위고
다시 둥근 달이
될 때까지
우리는 하늘과 맞닿은
길 없는 땅들을
걷고 또 걸었지.
그 땅의
낮과 밤에는
오직 우리만 있어
풀잎의 눈을 가진 동물들과
별들의 길을 따라가는 목동들,
바람의 말들만이
우리와 함께했지.
이름 모를 그 많은 산의 봉우리에
우리의 바람을 담아 쌓았던
돌탑들
이 삶의 모퉁이를 돌아서도
함께 하자며,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 길들을
이제 나 혼자 걸어갈 때면
당신이 보고 싶어져
당신도 기억하는지
흔들리지 말라며
당신이 주고 간
검은 로사리
그리움의 시간이 찾아올 때면
밤의 초원의 바람처럼
내 안에서 가만히
흔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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