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못 다쓴
내 공책의 공백들은
기억이 말라버린 시간의 흔적
어릴적 가꿔놨던
사진 속 풍경들은
흑백이 돼버렸지 추억의 문턱
창가에 묻어놨던 꿈들은 왜
밤 사이 좁아졌던 길은
버려져 자라지 못한걸까 왜
밤 사이 좁아졌던 길은
욕심을 먹고 자란 시련의 빗금
별로 놀랍진 않지
죽은 기억의 믿음
현실에 낙태된 내 문장은 힐끔
이내 고개를 내밀다
된서리를 맞네
창가에 묻어놨던 꿈들은 왜
밤 사이 좁아졌던 길은
버려져 자라지 못한걸까 왜
밤 사이 좁아졌던 길은
페이지에 휘갈겨 바친 넋두린
점점 늘어만 가고
그림자조차 희미한 공간에
멀거니 하루가 끝이나면
마디를 잡고 온기를 뿌려
행위를 담고 순간을 그려
열정을 담보로 각서를 썼어
지나간 자리엔 통증의 복선
짙어져가는 나이테에 적힌
가사를 놓친 듯 뒤쳐진
고집을 먹고 살아가다 보니
괴리를 느껴 끄적이다 보니
심장을 덥혀 지금에 젖어
펜촉을 잡고 날개는 돋아
하지만 누가 날 위해
뜨거운 웃음을 쏟아낼까
그리움에 짙어진 내 모습이
드리움에 붉어진 채 남았지
끈적이는 멜로디 된 눈물이
비극속에 잊혀짐과 비춰짐에
창가에 묻어놨던 꿈들은 왜
밤 사이 떠나갔던 님은
버려져 자라지 못한걸까 왜
밤 사이 떠나갔던 님은
사라짐에 많아진 메말라짐
상실에 눈 감았지 괜찮았지란
거짓말 안 통했지 더 작아진
체온만이 말했지 뒤척임에
창가에 묻어놨던 꿈들은 왜
밤 사이 떠나갔던 님은
버려져 자라지 못한걸까 왜
밤 사이 떠나갔던 님은
후회뿐이겠지 아마도 그땐
돌아올거겠지 라는 말에 목멘
소리와는 반대로 헤어지고
존재의 망각을
시나브로 깨달았음 때쯤
보여 네 모습들이 모여
네 목소리가
고여 내 혈관속에 조여
내 머릿속에
도돌이표가 된 소나기가 내려
내게로부터 비롯된 통증이
너에게 닿은걸 생각해보니
심장을 덥혀 지금에 젖어
펜촉을 잡고 날개는 돋아
하지만 누가 날 위해
따스한 미소를 뿌려줄까
낡아진 상처를 맑아진
척을 해도 망가진 것은 여전해
아직까지 흉이 남았다면
힘의 논리 앞에
섰던 나를 용서해줘
창가에 묻어놨던 꿈들은 왜
밤 사이 쏟아졌던 비는
버려져 자라지 못한걸까 왜
밤 사이 쏟아졌던 비는
작아진 거릴 잡았지
돌아보니 달갑진 않은 풍경들이
마음까지 스며들어오니
괴로움 지친 나를 용서해줘
창가에 묻어놨던 꿈들은 왜
밤 사이 쏟아졌던 비는
버려져 자라지 못한걸까 왜
밤 사이 쏟아졌던 비는
자국을 남긴 그 자국을 남겨
뒤돌아 본 건
아직도 닫힌 선입견과 차이점
회상에 갇혀
또 다르겠지 준 것과
받은 것 사이에 막혀
가슴에 맺힌 폭력의
사슬에 묶여 지나간
과거는 누가 보상해 줄까
소리없이 지나간 흔적을 닦아 내
심장에 서리가 지금에 닿을 때
펜촉의 날은 내 날개를 찢어가
하지만 누가 날 위해
차가운 현실을 말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