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
뭘 갖기엔 난 너무 작아
우산조차 필요 없어
소용없어
열기처럼 식은 표정과
비린 시선은
버리지 않을 병
더러워진 옷에
얼룩진 몸을 모를 난
고칠 수 없는 병
잡을 때마다 난 더욱 무거워져
바닥 없이 내려가지
타는 피는 재로 남아
불길 속에 흩어지고
웃음 가신 그을음
눈물 가신 그을음
아
알겠니
뭘 주기엔 난 너무 작아
구두라면 벗어줄게 줄 수 있어
감춰야만 하는 비밀과
숨긴 고백은
고칠 수 없는 병
엎지르고 깨진 대로
더하지 않는 건
버리지 않을 병
버릴 때마다 난 다시 숨을 쉬어
맹세하듯 살아나지
옭아맨 발목을 풀고
얽혀진 거리를 뚫고
불길 위를 날아가
때묻은 건 가리지 마
씻어지게 피하지 마
깨끗한 건 구하지 마
흙도 묻게 내버려 둬
마르지 않는 발
아물지 않는 발
마르지 않는 발
아물지 않는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