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박이 딱 쪼개지니
박 속이 휑하니 비고 웬 조상궤 두 짝이 나오거날.
흥보가 기가맥혀.
‘복 없는 놈은 계란에도 유골이라더니
어떤 도적놈이 남의 박 속은 다 긁어 가고
여기 조상궤 훔쳐 넣어 놨구나.’
“여보 마누라. 이거 가져다 버리소!”
흥보마누라가.
“여보 영감. 여기 뭐라고 써졌소.”
박흥보가 살펴보니
“박흥보 개탁이라. 아 이거 날 더러 열어보란 말 아니라고”
한 궤를 슬그머니 열고 보니 쌀이 소복
또 한 궤를 열고 보니 돈이 하나 가뜩
흥보가 좋아라고 돈과 쌀을 한 번 부서 제껴 보난디.
휘몰이)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 짝을 떨어 붓고 나면 도로 소복
톡톡 털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도 도로 하나 가득 쌀도 도로 하나 가득 .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도 도로 하나 가득 쌀도 도로 하나 가득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과 쌀이 도로 가뜩.
아이고 나 좋아 죽것네.
일년 삼백 육십일을 그저 꾸역 꾸역 나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