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모리
강두를 당도허니 배 이마에다가 조판 놓고,
건장한 선인들이 각 채비를 단속헌다.
닻 감고 돗 달아 북을 두리둥 울리며 어기야, 어기야
진양조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로구나.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상의 기러기는 한수로만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적의 이언마는
곡종인불견의 수봉만 푸르렀다.
자진모리
한 곳을 당도허니, 이난 곧 인당수라.
광풍이 대작허고, 어룡이 싸우난 듯,
벽력이 일어난 듯, 운무가 호명하여
천지지척 알 길 없고 천지 적막하여
치뉘 떠 뱃전을 탕탕 부딪칠 제,
대천 바다 한 가운데 노도 잃고
닻도 끊어져 용총줄 끊어져,
키 빠지고 바람 불 제 안개 잦아진 날.
갈 길은 천 리, 만 리나 남았는 디.
사면이 어둑. 정그러져 천지 지척 알 길 없다.
수중 고혼 잡귀 잡신 심청의 지기 보랴허고,
서뜰며 우난 소리 풍파강산 섞어날 제
선인들이 황황대겁 고사지계를 차려
섬쌀로 밥을 짓고, 큰 소 잡아 헤틀이고,
동우술 삼색실과 오색탕수 바쳐놓고,
산돗(돼지) 잡아 큰 칼 꽂아 기난 듯 바쳐놓고,
심청을 정한 의복 입혀 고사 끝에 바칠 차로
뱃머리에다 앉혀놓고.
중모리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 둥둥 둥둥둥 두리둥 둥둥!
헌원씨 배를 무어, 이제 불통허고 후생이 본을 받어
다 각기 위업허니 막대한 공이 이 아닌가.
하우씨 구년치수, 배타고 다스릴 제
오복의 정한 공세 구주로 돌아들고
해성의 패한 장 오강으로 돌아들 적의.
그도 또한 배를 타고
임술지 추칠월의 종일위지소요하여
지국총어사와 어부인의 질검이라.
경세 우경년의 상고선인이 이 아닌가.
“우리 동료 스물 네 명 상고로 위엄허여
경천경서 다니다가 인당수 용왕님께
인제수를 바치오니 고이 받자하옵소서.”
“여보시오 심낭자, 물 때 늦어가니
어서 급히 물에 들으라!”
심청이 이 말을 듣더니 합장하여 엎드러져,
“ 아이고 아버지! 심청은 죽사오나
아버지는 눈을 떠 천지 만물을 보옵시고
날 같은 불효여식을 생각지 마옵소서!”
물결을 살펴보니 원해 만리난 하늘에 닿었난 디
태산같은 뉫덩이 뱃전으로 움죽
풍랑은 우루루루 물결은 워리랑 워리렁 .
툭 쳐 뱃전을 탕탕, 와르르르르르
휘모리
심청이 거동봐라.
바람맞은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뱃전으로 나가더니 다시 한 번을 생각헌다.
‘내가 이리 진퇴키는 부친 효성이 부족함이라’
치마 폭 무릅쓰고 두 눈을 딱 감고
뱃머리로 우루루루루,
손 한 번 헤치더니
기러기 낙수 격으로 떴다, 물에가 풍!
진양조
행화는 풍랑을 쫓고, 명월은 해문으로 잠겼구나.